[그것만이 내 세상] – 피는 물보다 진할까!
1. 정보
- 감독: 최성현
- 출연: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
- 장르: 드라마, 휴먼
- 개봉: 2018년 1월 17일
- 러닝타임: 120분
2. 줄거리
[그것만이 내 세상]은 한때는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그는 찌든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고시텔 같은 공간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인생. 어릴 적 어머니와 갈라진 이후, 그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자기만을 믿고 살아왔다.
그런 조하 앞에, 17년 만에 나타난 엄마 인숙(윤여정)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재회에 당황스러운데, 더 충격적인 건 자신에게 '동생'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아노 천재 진태(박정민)가. 어릴 적 헤어진 이후, 어머니는 홀로 진태를 돌보며 살아왔고, 이제 조하에게 동생과 함께 지낼 것을 제안한다.
원치 않는 재결합, 낯설기만 한 공간. 거기서 시작된 이 세 사람의 어색한 동거는, 갈등과 오해, 소소한 사건들을 겪으며 조금씩 변화한다. 진태의 순수함에 조하는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인숙은 아들 둘을 다시 품에 안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진태에게 예기치 못한 병이 찾아오면서, 가족은 또다시 위기에 직면한다.
3. 출연진
- 조하 (이병헌): 한때는 촉망받는 복서였지만 지금은 현실의 밑바닥을 떠도는 인물. 인생에 지쳐 냉소적이고, 사람을 쉽게 믿지 않으며, 무뚝뚝한 겉모습 뒤로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동생을 통해 변화를 맞는다.
- 진태 (박정민):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자폐성 장애인. 대화는 어눌하지만 피아노 앞에서는 천재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순수한 영혼. 순수함과 진심으로 조하의 마음을 녹인다.
- 인숙 (윤여정): 오랜 세월 혼자서 자폐 아들을 돌봐온 어머니. 과거의 잘못에 대한 후회와 현재의 책임감 속에서 아들들과 다시 가족이 되기를 바라는 인물.
4. 관람평
–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면 돌파
[그것만이 내 세상]은 가족 영화다. 하지만 흔한 가족영화처럼 훈훈하고 뻔한 감정만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관계가 단지 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보내고 마음을 나누며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화는 ‘피보다 진한 정’을 보여주기보다는, ‘피로도 어색해질 수 있는 거리감’을 먼저 말한다. 그리고 그 거리감을 천천히, 하지만 아주 진심 어린 방식으로 좁혀간다.
이병헌은 ‘조하’ 역으로 분해 무뚝뚝하고 감정 없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울분과 외로움, 그리고 가족에 대한 미련이 겹겹이 쌓인 복잡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조하가 진태의 연주를 들으며 흔들리는 장면은, 말보다 감정이 먼저 흐르는 이 영화의 핵심을 보여준다.
박정민의 연기는 단연 이 영화의 심장이다. 자폐성 장애인 캐릭터를 과장 없이, 그렇다고 감정의 도구로 삼지 않고 진심 어린 시선으로 표현했다. 그가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 관객은 그 안의 세계를 본다. 진태의 세계는 혼자 지만, 그 혼자인 세계에 조하가 들어오는 장면들은 감동 그 자체다.
윤여정은 역시나 대단하다. 절제된 감정 연기 속에서도 깊은 사랑과 후회, 그리고 단단한 모성을 보여준다. 특히 진태와의 장면에서 보여주는 작은 눈빛 하나에도, 지난 17년이 느껴진다.
영화는 진태의 피아노를 통해 세 인물의 감정을 묶는다.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감정이 피아노 선율로 흘러나오는 순간, 이 영화는 완성된다. 가족이라는 것이 꼭 “함께 살아야만” 의미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어질 때” 진짜 가족이 된다는 메시지가 울림을 준다.
공감 포인트
현실에서 가족은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때론 가장 멀게 느껴지는 존재다.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로 평생을 멀어진 사람도 있고, 아무리 애써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가족도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바로 그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완벽하지 않고, 상처가 있고, 서로가 서툰 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이름, 바로 ‘가족’이라는 단어를 이 영화는 감동적으로 되살린다.
조하가 진태에게 조금씩 다가가며 형이 되어가는 과정은 단순히 감동 포인트를 넘어서, “우리는 얼마나 가족에게 솔직 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문득 가족에게 연락하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것은 인위적인 눈물 버튼이 아니라, 정직한 연기와 현실적인 대사, 그리고 조용한 감정 선에서 나온다. 이 영화는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영화다. 피보다 진한 것은 ‘같은 시간을 보내는 마음’이라는 것을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보여준다. 보는 내내 울컥하다가, 끝나고 나면 묵직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가족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