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은 캐릭터의 매력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촬영지가 주는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대표적 로케이션인 전주 한옥마을과 남산골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드라마 속 공간을 다시 만나봅니다.
목 차
1. 전주 한옥마을 – 꽃파당의 고풍미가 깃든 거리
2. 남산골 한옥마을 – 서울 도심 속 조선의 시간
1. 전주 한옥마을 – 꽃파당의 고풍미가 깃든 거리
전주 한옥마을. 전주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정갈함과 풍류의 향기가 이 마을 전체에 가득 배어 있습니다. 꽃파당의 수많은 장면들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고요? 조선을 담고 싶은 이들에게 전주 한옥마을은 이미 조선이니까요. 꽃파당에서 김민재 배우가 맡은 마훈이 골목을 걷는 장면, 공승연 배우가 연기한 계훈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거리를 누비던 장면들이 바로 이 전주 한옥마을의 정겨운 골목골목에서 탄생했습니다. 좁고 굽이진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드라마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붉은 기와, 낮은 돌담, 오래된 나무문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대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장치가 되었죠. 특히 꽃파당의 주 무대였던 중매소 내부 장면은 전주에 있는 한옥 숙소의 실제 내부를 개조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작진은 디테일을 위해 실제 조선시대 목재 가구를 사용하거나, 인근 전통 시장에서 구한 수공예품을 활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덕분에 장면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박물관처럼 느껴졌죠. 심지어 화면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연출해 ‘보이지 않는 조선’까지도 상상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가지 더. 전주 한옥마을은 단순히 촬영지 그 이상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곳의 공기, 소리, 계절, 빛은 배우의 표정과 대사에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꽃파당을 떠올릴 때 왜 전주의 풍경이 먼저 기억에 떠오르는지, 직접 걸어보면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걸으면서 느끼게 됩니다. 이 드라마가 왜 이토록 사랑받았는지, 그 풍경 자체가 말해주거든요.
2. 남산골 한옥마을 – 서울 도심 속 조선의 시간
전주 한옥마을이 드라마의 서정적인 풍경을 담당했다면, 남산골 한옥마을은 좀 더 도시적이면서 구조적인 장면에 활용됐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 고층빌딩들 사이에 숨은 이 작은 조선은 꽃파당의 또 다른 심장을 맡았습니다. 이곳에서는 특히 꽃파당 멤버들이 의뢰인을 만나는 장면이나, 혼담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 장면이 촬영되었습니다. 드라마의 긴장감 있는 씬들이 이곳에서 빛을 발했죠. 좁은 마당, 낮은 처마, 나무 대문과 담장 안쪽의 작은 공간들은 감정을 담기에 딱 좋은 무대였습니다. 때로는 한옥의 그림자 속에서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기도 했고, 낮은 처마 끝에 걸린 등불 하나로 사랑의 떨림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다른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지만, 꽃파당은 그 안에서 확실히 독특한 색을 만들어냈습니다. 조선의 혼담 공작소라는 독특한 설정과 이 공간은 너무도 잘 어울렸죠. 전통 혼례 공간과 마루, 사랑채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시대적 몰입감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접근성 면에서도 이곳은 촬영지로서 훌륭했습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다양한 조선 시대 건축 요소를 갖추고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장면을 찍을 수 있었죠. 하지만 제작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명을 설치할 때는 천장의 전통 구조를 해치지 않기 위해 고심했다고 합니다. 작은 디테일에서 느껴지는 진심은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꽃파당의 주제 중 하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극’이었는데요, 남산골 한옥마을의 작은 방, 좁은 통로, 마당의 거리감은 이 간극을 표현하는 데 있어 무척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 갈등, 화해는 우리에게도 묘하게 익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숨어 있는 이 조선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지금도 그 장면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습니다.
꽃파당의 인기는 단지 이야기와 캐릭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공간이 전하는 감정, 장소가 가진 기억, 그리고 그 속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숨결까지 담아낸 촬영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전주와 남산골을 다시 걷다 보면, 그 장면들이 우리 마음속에 얼마나 선명하게 남아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