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남산의 부장들] "그날의 총성이 한국 현대사의 방향을 바꿨다."
1. 기본정보
제목: 남산의 부장들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장르: 정치, 드라마
개봉일: 2020년 1월 22일
러닝타임: 114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원작: 김충식 기자의 동명 논픽션 『남산의 부장들』 이 영화는 단순한 암살극이 아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하루,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시해한 그 사건의 40일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허구와 사실의 경계선 위에서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2. 줄거리
1979년, 대한민국은 군부 독재의 그림자 속에 있었다. 대통령 박통(이성민 분)의 절대 권력 아래, 군과 정보기관은 철저하게 권력을 수호하는 도구였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 그는 박통과 함께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고, 권력의 최심부에서 수십 년을 함께해온 충복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는 점점 권력의 방향성과 대통령의 판단에 회의감을 느낀다. 특히 차기 권력 실세로 떠오른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분)은 극단적인 충성으로 박통의 신임을 얻고 있으며, 김규평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미국으로 망명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분)은 미 의회에서 박통 정권의 실상을 폭로하며 국제적 망신을 안기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김규평은 외면당한다. 김규평은 서서히 몰려오는 위기 속에서 “대통령을 위한 선택”이라는 명분 아래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총을 꺼내든다.
3. 등장인물
김규평 (이병헌)
중앙정보부장. 박통의 측근이었지만, 점점 그의 결정에 회의감을 느낀다. 깊은 고뇌와 분열의 중심에 선 인물로, 냉철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갈등이 공존한다.
박통 (이성민)
대통령. 말수가 적고,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충성파를 가까이 두며 점점 독단적인 리더로 변모한다.
곽상천 (이희준)
대통령 경호실장.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탕으로 박통의 신임을 얻는다. 김규평과 대립하며 권력 투쟁의 중심에 선다.
박용각 (곽도원)
전 중앙정보부장. 미국으로 망명하여 박통 정권의 민낯을 세계에 알리는 인물. 외부의 눈으로 정권을 비판한다.
4. 총평
– "진짜 권력은 어디서 오는가?"
[남산의 부장들]은 명백히 정치 영화다. 그러나 단순히 정치사를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권력의 본질, 충성과 배신, 역사의 아이러니를 시계처럼 정교하게, 심리극처럼 묵직하게 풀어낸다. 이병헌의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는 한순간도 흔들림 없는 눈빛과 말없는 분노로 ‘김규평’이라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특히 총을 들기 직전까지의 침묵, 숨 막히는 대기, 그리고 폭발. 그 감정선의 디테일은 놀랍다. 우민호 감독은 [남산의 내부자들]에서 보여준 정치 드라마의 감각을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실제 인물의 실명을 빼고 극화된 캐릭터를 사용했지만, 관객은 누구나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사건의 진실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음악과 편집도 날카롭다. 불안한 현악기, 고조되는 호흡, 촘촘한 플래시백은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역사 공부를 시킨다. 그리고 잊었던 진실, 혹은 외면했던 과거와 마주하게 만든다.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김재규’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했고, 기성세대에게는 그날의 충격을 떠올리게 했다.
결론 – 권력의 심장에 총을 겨눈 자 [남산의 부장들]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을 겨눈 영화다. 단순한 누아르도 아니고, 암살극도 아니다.이건 역사의 블랙박스를 열어보는 영화다. 김규평은 영웅일까, 반역자일까?영화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카메라를 들이민다. 궁정동 안가의 침묵, 총성의 울림, 그날 밤의 무게를 오롯이 느끼게 만든다. 한국 정치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건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 대한 한 편의 해석이자 질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정치와 권력, 한국 현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 묵직한 연기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