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다시 뜨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감정치유, 재방붐)

by richm300 2025. 6. 4.

2018년 방영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방영 당시보다 오히려 지금 더 큰 울림을 주며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감정 치유, 인간 연대, 무너진 삶 속 위로라는 키워드를 품고 ‘다시 보기’ 열풍이 이는 이 작품의 매력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목          차

                                                1.  마음이 부서졌던 그때, ‘나의 아저씨’를 만났다면

                                                2.  감정의 무게를 견디는 법, 이 드라마는 알고 있었다

                                                3.  재방붐의 중심엔 '사람 냄새'가 있다

[나의 아저씨]드라마 포스터

1.  마음이 부서졌던 그때, ‘나의 아저씨’를 만났다면

처음 이 드라마를 봤던 때가 기억나시나요? 어두운 톤, 조용한 말투, 평범하고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직장인들. 뭔가 화려한 드라마에 익숙했던 분들이라면 “이게 뭐지?” 싶은 느낌도 들었을 겁니다. 초반엔 솔직히 호불호가 있었죠. 대사도 적고, 전개도 느리고, 인물들이 전부 다 힘들어 보이기만 하니까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스스로 묻게 되죠. 왜 이렇게 이 드라마가 마음을 후벼 파는지. ‘나의 아저씨’는 흔히 말하는 사랑 이야기나 로맨스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보다 더 ‘사랑’이라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드라마가 또 있었나 싶기도 해요. 말보다는 눈빛, 감정보다는 무게. 서로를 향해 점점 다가가는 박동훈(이선균)과 이지안(아이유)은 말 그대로 고요한 공감의 아이콘이 됩니다. 한 사람은 조용히 무너져 있고, 다른 사람은 조용히 버티고 있는 그 모습. 딱 그 중간 어딘가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나도 알아, 그 기분’이라는 메시지를 건네는 듯합니다. 이지안이라는 인물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뭔가 단단하게 닫혀 있어요. 아무 감정도 없는 듯,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아, 저런 사람 정말 있을 수 있겠다’는 현실감을 주죠. 그리고 박동훈은 그런 이지안을 보며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도움을 주려 하거나, 구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존재 자체로 곁에 있어줍니다. 그리고 그게 이 드라마가 말하는 ‘연대’의 방식이죠. 아무도 울지 않지만, 화면을 보는 우리는 울고 있습니다. 그 눈물은 슬퍼서가 아니라, 누군가 내 마음을 정확히 건드려줬다는 안도에서 비롯되죠. 감정은 어느새 파고들고, 삶에 한편 비어있던 자리가 이 드라마로 인해 천천히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소음 가득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아주 조용히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 같은 느낌. 어쩌면 지금처럼 다들 고단하고 외로운 시기엔 이 드라마가 더 간절히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2.  감정의 무게를 견디는 법, 이 드라마는 알고 있었다

‘나의 아저씨’를 다시 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키워드가 ‘위로’입니다. 그런데 이 위로가 말로 툭툭 건네지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일상 속 아주 미세한 움직임들로 표현된다는 게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이에요. 출근길에 나누는 짧은 인사, 누군가를 향한 침묵, 한 번도 웃지 않던 사람이 보여준 미소. 감정이 크게 폭발하는 장면보다 오히려 그렇게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더 큰 울림을 줍니다.

이선균 배우의 연기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아이유는 냉정한 외피 속에 숨어 있는 상처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아이유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지안이라는 인물 안에 분노, 상처, 무기력, 기대 없는 희망까지 온전히 담아냈으니까요.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극 없이 깊게 스며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는 ‘시간이 필요할 때’ 떠오르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상처가 회복되려면 누군가가 말없이 곁에 있어줘야 한다는 걸, ‘나의 아저씨’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치 정적인 장면 속에서도 격렬한 감정이 숨 쉬는 듯한, 그런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죠. 그래서일까요. 요즘 유튜브나 넷플릭스, 티빙에서 다시 이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세상이 너무 시끄러울 때, 이처럼 조용한 작품이 더 큰 목소리로 다가온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따뜻합니다.

3.  재방붐의 중심엔 '사람 냄새'가 있다

지금 다시 ‘나의 아저씨’를 보는 이유는 단순한 향수 때문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사람’ 그 자체의 힘이 있기 때문이에요. 모든 인물이 누군가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거나 혹은 무너지는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죠. 악역이라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이유가 있고, 착한 사람이라고 다 옳지는 않아요. 그렇게 누구 하나 단순하지 않은, 현실 그대로의 인간 군상을 그려냅니다. 그중에서도 박동훈을 중심으로 한 ‘아저씨 삼 형제’의 서사는 드라마 전체에 짙은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술 마시며 툭툭 던지는 말속에도 진심이 담겨 있고, 가족이 아니어도 ‘가족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죠. 그게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강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 이 작품은 완벽한 결말이나 극적인 반전을 주지 않아요. 대신 아주 잔잔하게,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내 삶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줍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이렇게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아닐까요? 재방 붐이 일고 있는 지금, ‘나의 아저씨’는 그저 오래된 드라마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 이 시대가 꼭 다시 들어야 할 이야기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나의 아저씨’는 보는 이를 조용히 안아주는 드라마입니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건네주죠. 지금 다시 꺼내 보기 딱 좋은, 그런 인생작입니다. 오늘 밤, 다시 한번 정주행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