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봉한 영화 '드림'은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가 아닙니다. 축구라는 도구를 통해 사회적 약자, 특히 홈리스라는 민감한 주제를 이야기하죠. 실화를 바탕으로, 웃음과 감동 사이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현실에 대해 날카롭고 따뜻한 시선을 동시에 건넵니다. 이 영화는 단지 경기의 승패가 아닌, 삶의 재도전과 인간다운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목 차
1. 홈리스의 현실, 그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삶
2. 꿈이라는 단어의 무게, 그리고 그것이 품은 역설
3.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 홈리스의 현실, 그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삶
영화 ‘드림’의 중심에는 이른바 ‘홈리스 월드컵’이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실존 사건을 재현했다는 데 그치지 않고, 홈리스라는 존재를 우리 앞에 다시 꺼내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사실, '노숙자'라는 단어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입에 담지 않지만, 도시 곳곳에서 마주치는 장면이기도 하죠. 그런데 영화는 이들을 단순한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갑니다. 각 캐릭터들은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변화합니다. 누군가는 가족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삶의 마지막 희망을 걸죠. 이 장면들은 참 이상하게도 웃기면서도 슬퍼요. 감독은 의도적으로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함을 살리는 동시에, 영화적인 판타지도 함께 녹여냅니다. 그래서 관객은 어느새 이들의 사정을 공감하고, 진심으로 응원하게 돼요. ‘드림’은 노숙인이란 존재를 멀리 있던 타인에서 가까운 이웃으로 느끼게 해 줍니다. 그저 뉴스 속 숫자로만 소비되던 사람들이 실제 얼굴과 목소리를 가진 존재로 되살아나는 과정은 굉장히 강렬합니다. 등장인물 각각이 가진 개성, 서툰 언어,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들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 관객은 단순한 동정심이 아닌 같은 인간으로서의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괜히 동네 공원 벤치에 앉아 계신 노인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분이 어떤 사연을 품고 그 자리에 앉아 계신 걸까, 잠시 상상하게 되죠. '드림'은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어요. 홈리스의 현실은 절망만으로 채워진 게 아니라, 다시 살아보려는 의지와 불씨도 함께 존재한다는 걸 조심스럽게 전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관객이 직접 깨닫도록 하는 방식이 정말 따뜻하고 섬세합니다. 이 영화는 말해요. "당신이 외면했던 그들의 이야기도, 사실은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다"고요. 이처럼 ‘드림’은 누군가의 인생을 단지 배경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그 인생 자체를 조명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묵직하게 전합니다.
2. 꿈이라는 단어의 무게, 그리고 그것이 품은 역설
‘드림’이라는 제목, 참 간단하죠. 하지만 영화가 풀어내는 ‘꿈’은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닙니다. 생존 그 자체와 맞닿아 있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소망이기도 해요.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꿈들은 대부분 사회의 기준에서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요. 예를 들어 “이제는 가족에게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고 싶다”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꿈이야말로 진짜라고 말합니다. 홈리스라는 단어는 일종의 라벨입니다. 마치 그 사람의 모든 가능성을 봉인해 버리는 딱지처럼요. 그런데 영화는 그 라벨을 걷어내고, 그 아래에 있는 고유한 이름과 꿈을 되살려줍니다. 이는 단순히 ‘감동 코드’가 아니에요. 우리 사회가 사람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되묻는, 꽤 도발적인 시선이기도 합니다.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라는 대사가 영화 중반쯤에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갑자기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우리가 ‘꿈’이라는 단어를 너무 화려하게만 소비해 온 건 아닐까 싶었어요. 반짝이는 미래나 대단한 성취가 아닌,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꿈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드림'은 소박한 꿈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걸 무시한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겁니다. 영화는 그런 메시지를 설교처럼 말하지 않고, 인물들의 몸짓과 표정, 침묵과 고백 속에 자연스럽게 흘려보냅니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진심으로 와닿죠. 인물들이 웃고 울며 훈련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순간 관객은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게 됩니다. 사회 속에서 무뎌진 감정이 다시 피어나는 순간들이죠. 그게 이 영화의 마법 같아요.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무언가를 조용히 흔들고, 다시 움직이게 만듭니다. '드림'은 말없이 당신의 어깨를 토닥이며, 잊고 있던 꿈의 조각을 다시 꺼내게 해주는 그런 영화입니다.
3.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드림’은 영화이지만, 그 안의 이야기들은 분명히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종종 실패한 사람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지 않죠. 그들을 무능력으로 취급하거나, 스스로 만든 결과라고 낙인찍어요. 한 번의 실수나 나락이 곧 그 사람의 전부인 것처럼 취급해 버리는 분위기 속에서, 홈리스들은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해요. “그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요. 그리고 우리가 그 시작을 도울 수 있다고요. 영화 속 축구팀은 실력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훈련도 제대로 안 되고, 경기에서도 계속 지기만 해요. 하지만 그 과정이 바로 영화의 핵심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성공보다 도전을, 경쟁보다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선이 깃들어 있죠.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일이 반드시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믿어주고,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무게’를 되찾게 해주는 힘이 생기니까요. 감독은 그 진심을 억지 감동 없이, 담담한 리듬으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더 잊히지 않아요. 그리고 이 영화는 그저 홈리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삶에 지치고, 버거운 마음에 무너져 있을 때 ‘나도 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죠. 그런 우리에게 영화는 조용히 속삭입니다. “당신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꿈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요”라고요. 더 놀라운 건, 이 영화가 다 보고 나서 끝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며칠이 지나도, 몇 주가 지나도, 문득 영화 속 캐릭터들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보여준 웃음과 눈물, 그 안에 담긴 인간의 솔직함이 자꾸 마음 한 구석을 건드려요. 아마 그건 우리가 어딘가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드림’은 그런 우리에게 말없이 손을 내밀어주는 영화입니다.
‘드림’은 스포츠 영화의 틀을 빌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꿈을 이야기합니다. 웃기지만 울리고, 가볍지만 묵직한 영화.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우리 모두가 조금 더 진지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답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