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개봉했던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코믹과 액션, 여성 서사의 균형을 기발하게 맞춘 작품입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탄탄한 캐릭터와 현실 공감 요소, 이성경과 김선영의 독특한 조합으로 이제 다시 조명을 받아야 할 영화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목 차
1. 여성 콤비의 매력, 액션보다 웃음이 먼저 터졌다
2. 현실공감 100%, 비정규직이라는 키워드가 웃기면서도 씁쓸했던 이유
3. 관객이 놓친 진짜 재미, 두 여배우의 연기 케미
1. 여성 콤비의 매력, 액션보다 웃음이 먼저 터졌다
한때는 여성 중심 영화가 드물었습니다. 특히나 여성 두 명이 주인공이고, 그 둘이 액션을 한다? 거기에 코미디까지요? 정말 흔치 않은 조합이죠. 그런데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바로 그 조합을 무리 없이—아니, 오히려 아주 재치 있게 소화한 작품입니다. 이성경이 연기한 국정원 계약직 ‘장영실’과 김선영이 맡은 열혈 경찰 ‘나정안’은 처음부터 삐걱거립니다. 하지만 그 삐걱임이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점점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은 보기만 해도 유쾌하거든요. 둘 다 엄청난 전투 능력이나 완벽한 첩보 기술을 가진 건 아닙니다. 대신, 진짜 웃기고 현실적인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이성경은 늘 차갑고 똑 부러진 이미지였는데 여기선 약간 허당끼도 있고, 윗사람 눈치 보는 계약직의 지질함도 아주 잘 살렸어요. 김선영은 역시나, 생활 연기의 달인답게 어딘가 모르게 정 많고 열정 과잉인 동네 경찰의 이미지를 찰떡같이 소화해 냅니다. 이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여자끼리 싸우지 않고 뭔가 멋지게 해낸다’는 새로운 클리셰를 만들어낸 느낌이에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보다 ‘리듬감 있는 대사’와 ‘에피소드 중심 전개’로 웃음을 유도합니다. 그래서인지 정통 액션보다는 현실적인 코미디와 생활밀착형 액션에 더 가깝죠. 그런데 그게 너무 현실적이라 더 재밌습니다. 아파트 앞에서 고구마 박스를 뒤집어쓰고 범인을 추적하거나, 택배 상자를 조사하는 장면에서 터지는 잔웃음들. 이건 그냥 ‘액션 코미디’가 아니라 ‘생활형 코믹 첩보극’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아요.
2. 현실공감 100%, 비정규직이라는 키워드가 웃기면서도 씁쓸했던 이유
영화 제목에 ‘비정규직’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이건 그냥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유쾌한 첩보극의 껍데기를 씌웠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현실 풍자는 꽤 뼈가 있어요. 장영실이라는 인물은 ‘국정원 계약직’입니다. 듣기엔 거창하지만, 실제론 커피 타고 자료 출력하며 상사의 눈치나 보는 존재죠. 영화 초반부터 이성경이 윗사람에게 애매하게 미소 지으며 눈치 보는 장면이 반복되는데, 그게 어쩐지 낯설지가 않더라고요. 우리 모두 어딘가에서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김선영이 연기한 나정안도 마찬가지예요. 그녀는 정규직 경찰이지만, 조직 안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지나치게 열정적이라는 이유로 웃음거리가 되고, 진짜 중요한 일은 늘 누군가가 대신합니다. 그러니까 이 둘은 직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는 거죠. 그게 이 둘을 연결시키는 결정적 고리예요. 영화가 전하려는 건, 결국 사람은 존중받을 때 움직인다는 진리 같았어요. 웃기고 유쾌한 이야기지만, 보는 내내 어딘가 마음이 찡하고 씁쓸했던 이유는 이 때문일 겁니다. 특히 계약직 갱신을 걱정하며 범인을 추적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웃기면서도 짠하더라고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도망가면 안 되잖아요’ 하는 대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봤을까요? 이런 생활형 대사가 터질 때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어요.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겐 진짜 이야기였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3. 관객이 놓친 진짜 재미, 두 여배우의 연기 케미
이성경은 그간 드라마에서는 멋지고 세련된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죠. ‘낭만닥터 김사부’, ‘치즈 인 더 트랩’ 등에서 차가운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런데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선 다릅니다. 허당끼 있고, 웃기고, 실수투성이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가득한 캐릭터로 완전히 변신했어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보여준 ‘기계처럼 굴다가도 인간미가 툭 튀어나오는’ 순간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반면 김선영은 원래부터 생활 연기의 대표주자였죠.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보여준 친근한 이미지 그대로 여기서도 살아있어요. 그런데 여기에 액션과 범죄 추적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결합되면서 그녀의 연기는 더 다층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초반에 범죄 현장을 추적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뚝심, 그리고 후반부 감정신에서의 집중력은 ‘와, 이런 배우 진짜 귀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둘의 조합이 왜 잘 맞냐면, 이성경이 이성적인 방향을 끌고 가면, 김선영은 감정적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받쳐줘요. 정리하자면, 한 명은 활주로를 깔고, 다른 한 명은 비행기를 날리는 식이죠. 그게 이 영화의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여성 배우 두 명이 이끌고, 남성 캐릭터는 거의 배경으로 쓰인다는 점도 이 영화가 가진 독특함입니다. 게다가 불필요한 경쟁구도 없이 ‘함께 하는 서사’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여성 중심 영화의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으진 못했지만, 지금 보면 오히려 너무 앞서갔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버디물의 공식, 사회 비판, 생활 코미디, 여성 서사까지 고루 담았다는 점에서 말이죠. 지금 OTT에서 다시 조명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진짜 재미, 이제라도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그저 웃긴 영화가 아닙니다. 여성 콤비가 보여주는 케미, 사회의 날카로운 풍자, 그리고 따뜻한 메시지까지 담아낸 웰메이드 코믹 액션이에요. 지금 다시 보기 좋은 숨겨진 보석 같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