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 땅 파는 놈들의 사기 판타지, 한국식 케이퍼 무비의 신선한 시도
2020년 11월,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오랜만에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 하나가 등장했다. 바로 박정배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도굴]이다. 제목 그대로 ‘땅을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 흔히 말하는 도굴꾼들의 세계를 유쾌하고 경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지루할 틈 없이 휘몰아치는 전개와 개성 강한 캐릭터,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엮어낸 색다른 설정이 더해지며 예상 외의 재미를 안겨준다.
개요 및 기본 정보
- 개봉일: 2020년 11월 4일
- 감독: 박정배
- 장르: 범죄, 코미디, 케이퍼 무비
- 러닝타임: 114분
- 출연: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 외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총 관객 수: 약 150만 명
1. 줄거리
– 한탕을 노리는 자들의 팀플레이
주인공 강동구(이제훈)는 자칭 ‘천재 도굴꾼’. 무덤이 있는 곳이라면 어떤 구조든, 어떤 장소든 뚫어내는 재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실력에 비해 스케일이 작고 단독 플레이에 익숙한 그는 제대로 된 판을 벌이기 위해 팀을 꾸리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모인 멤버는 전직 금속탐지 전문가 존스박(조우진), 고고학계 최고 브레인 교수님(신혜선), 그리고 ‘터는 기술’에 일가견 있는 삽다리(임원희)까지.
이들은 조선 왕릉부터 도심 한복판 지하까지, 곳곳에 숨겨진 문화재와 고분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들을 쫓는 문화재청과 더불어, 그림자 속에서 진짜 ‘큰손’으로 군림하는 블랙마켓 조직까지 등장하며 사건은 점점 커진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한탕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혹은, 이 한탕이 그들을 어디까지 끌고 갈까?
2. 배우들의 활약과 영화 속 배경
- 이제훈 (강동구 역)
'건축학개론'의 순수 청년에서 ‘사기 치는 도굴꾼’으로 완벽 변신했다. 특유의 능청맞은 연기와 말장난, 눈빛 연기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특히 스스로에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예상 밖의 허당기를 오가는 밸런스가 좋다. - 조우진 (존스박 역)
늘 조연이지만 존재감은 주연급.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사투리 섞인 대사와 허세 가득한 말투, 중년의 찌질한 유머감각까지 제대로 터뜨린다. 영화의 웃음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 신혜선 (교수님 역)
남자들 틈 속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브레인. 지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모습, 냉철함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가 매력적이다. 생각보다 분량은 적지만, 존재감은 분명했다. - 임원희 (삽다리 역)
그냥 '임원희 그 자체'. 기대한 만큼 웃기고, 기대 이상으로 정이 간다. 극 전체의 분위기를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영화 속 배경 – 진짜 한국적인 것이 유쾌하다.
[도굴]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도굴’이라는 소재를 통해 한국의 문화재, 고분, 왕릉 등 전통 요소를 스토리 중심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고대 유물을 찾기 위한 미션과 팀플레이, 그리고 도심 속 유적을 향한 터널 작업 장면 등은 헐리우드 케이퍼 무비 못지않게 스릴과 재미를 안긴다.
특히 ‘익산 미륵사지’와 ‘송현동 터널’ 같은 실제 장소와 역사적 배경이 등장하면서 영화가 단순한 범죄 코미디를 넘어 문화재 보호에 대한 은근한 메시지까지 전달한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게 스쳐 지나가지도 않는다. 적당히 현실감 있고, 적당히 영화적인 이 균형이 절묘하다.
3. 평가 및 평론
– 가볍지만 허투루 만들지 않은 오락 영화
[도굴]은 지적 유희와 오락적 재미를 동시에 추구한 작품이다. 물론, 깊이 있는 메시지를 가진 작품은 아니고, 설정의 허술함이나 전개상의 아쉬움도 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살짝 풀어지는 느낌은 아쉽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웃기고 재미있게 한 편 보고 나오기 좋은 영화'라는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필요했던 시기, [도굴]은 딱 그 타이밍에 걸맞은 작품이었다. 마치 한국판 [내셔널 트레저] 또는 [오션스 일레븐]을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주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기에, 어린 관객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구성도 훌륭하다.
관객 후기 요약
"이제훈, 너무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고… 그냥 사기 캐릭터"
"도굴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신선했다"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오히려 더 재밌었음"
"조우진은 또 왜 이렇게 웃긴 건지 ㅋㅋㅋ"
"속편 나오면 무조건 본다!"
4. 총평
– 한국형 케이퍼 무비의 유쾌한 시도
[도굴]은 ‘사기꾼들의 한탕물’이라는 익숙한 틀을 가져오되, 전통 유산과 역사를 접목시켜 한국적인 감성을 담았다. 그렇다고 무겁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오히려 가볍고 빠르며, 위트 있고 유쾌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극장에서 팝콘 먹으면서 웃고 나오기 좋은 영화’라는 점에서 분명히 가치를 가진다.
도굴꾼들이 땅을 파는 동안, 관객은 그 아래에 묻힌 이야기와 재미를 파헤치는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끝날 때쯤이면 한 가지 생각이 들 것이다. "이 팀,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