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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외법권 (폭염 날씨엔 액션 한 방)

by richm300 2025. 7. 7.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머리까지 지끈할 때 필요한 건 시원한 음료 한 잔과 통쾌한 액션 한 방 아닐까요? 현실은 더워서 짜증만 치솟는데, 그럴수록 뇌까지 얼얼하게 해주는 영화 한 편이 절실해집니다. 2015년 개봉작 치외법권은 그런 점에서 꽤나 시원한 선택입니다. B급 감성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식 형사 액션과 코미디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 이 작품은, 복잡한 생각은 잠시 내려두고 그저 유쾌하게 몰입할 수 있는 재미를 줍니다. 폭염보다 더 뜨거운 열정, 그리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전개까지, 모든 걸 껴안고 나아가는 이 영화는 여름에 보기 딱 좋은 ‘한 방’ 같은 존재입니다.

목          차

1.  한여름 밤의 형사 콤비, 그들만의 법칙

2.  액션이냐 웃음이냐, 이 영화는 둘 다 잡았다

3.  더위보다 뜨거운 정의감, 그리고 허술한 매력

[치외법권]영화 한장면

1.  한여름 밤의 형사 콤비, 그들만의 법칙

더운 여름이면 사람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해지잖아요. 습기 찬 공기에 짜증도 늘고, 집중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 날들이 계속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터지는 한 방의 액션이 그렇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더라고요. 뭔가 체한 마음을 시원한 탄산처럼 확 풀어주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영화 치외법권이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B급 감성에 충실합니다. ‘잘 만든 명작’이라는 표현보다는, ‘덥고 답답할 때 보기 좋은 스트레스 해소용 액션’이라는 수식이 훨씬 더 잘 어울리죠. 줄거리도 복잡하지 않아요. 형사 '정진'과 '유민'이 어느 날 거대한 범죄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액션 활극입니다. 전개는 익숙하고, 클리셰도 넘쳐나지만 이상하게 빠져들게 됩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캐릭터가 살아 있고, 타격감이 찰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유쾌함이 끊이지 않거든요. 힘 빠지는 날, 머리 비우고 보기엔 딱 제격인 영화죠. 특히 이범수와 임창정이라는 배우 조합이 처음엔 의외지만, 보면 볼수록 너무 찰떡입니다. 이범수 특유의 진중함과 임창정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연기가 부딪히면서 생기는 묘한 ‘케미스트리’는 이 영화의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티키타카는 거친 스토리와 편집 속에서도 살아남아 유쾌한 긴장감을 형성해요. 마치 조잡하지만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는 싸움 구경을 보는 것처럼요. 정교하게 짜인 장면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어설픔 속에서 느껴지는 리얼함과 엉뚱한 웃음이 큰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 ‘폭염 대응용’으로 정말 탁월합니다.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날에도, 뻔뻔하고 거칠지만 묘하게 매력적인 두 주인공은 끈적끈적한 도시의 범죄를 뚫고 시원하게 나아갑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래, 이 맛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들죠. 영화 한 편 다 보고 나면, 에어컨 바람 없이도 머리가 맑아진 느낌입니다. 땀은 식고, 속은 시원하게 뚫린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런 영화, 여름엔 진짜 필요하잖아요?

2.  액션이냐 웃음이냐, 이 영화는 둘 다 잡았다

치외법권은 액션 영화인가요, 코미디 영화인가요?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질문입니다. 장르는 분명히 액션으로 출발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등장하는 어이없는 대사 한 줄, 어색한 표정 하나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진지한 격투 장면에서도 웃음을 꾹 참게 되죠. 뭔가 웃기면 안 되는 장면인데도 웃긴, 그 모호한 경계선 위를 걷는 영화. 바로 이 점이 치외법권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임창정의 능청스럽고도 능란한 연기는 익숙하면서도 또 새롭습니다. 이번 작품에선 슬랩스틱, 말장난, 뻔뻔한 표정까지 총동원해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죠. 그가 장면 안에서 공간을 휘젓고 분위기를 바꾸는 방식은 정말 특유의 연기 감각 없이는 불가능할 겁니다. 반면 이범수는 정반대입니다. 극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진지한 형사 역할로, 혼자만 다른 장르에 출연 중인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해요. 하지만 그 대비가 오히려 영화의 리듬을 살려줍니다. 이 두 배우의 케미는 ‘코미디 액션’이라는 애매한 장르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축이 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클럽에서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입니다. 번쩍이는 네온 조명 아래, 흐느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벌어지는 격투 장면은 어딘가 어설프고, 너무나 비현실적인데, 그렇기에 더 웃깁니다. 싸우는 와중에도 엉뚱한 대사 한 줄이 튀어나오고,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도 인물들은 각자의 세계에 몰입해 있죠. 마치 관객인 우리에게 “진지하게 보면 손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합니다. 이 영화에 할리우드 액션의 정교함이나 일본 액션 영화의 리듬감 넘치는 구성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한국 영화 특유의 즉흥성, 날것의 거칠고 튀는 재미를 기대한다면 분명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상황들도 많지만, 그 안에 담긴 풍자와 허무, 그리고 ‘현실감 없는 현실’이라는 기묘한 감각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아이러니.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를 오가는 이 묘한 분위기 속에서 웃다가도 문득 “근데 실제로 이럴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지점에서 치외법권은 단순한 액션 코미디를 넘어섭니다. 허술한 듯 보이지만 의외로 날카로운 현실 인식, 과장된 듯 보이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캐릭터, 그리고 웃음 뒤에 살짝 스며든 씁쓸함까지. 이 영화는 의외로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웃다가도 한 번쯤 멈칫하게 되는, 그런 재미가 있어요. 완벽하지 않아 더 매력적인 영화, 바로 그게 치외법권입니다.

3.  더위보다 뜨거운 정의감, 그리고 허술한 매력

이 영화, 완벽하지 않습니다. 허술하고, 과장됐고, 플롯은 허무맹랑하기까지 해요. 딱 보면 “이게 뭐야” 싶은 장면도 있고, 개연성은 군데군데 휘청입니다. 그런데도 한 편의 영화로서 힘이 있는 이유는, 그 모든 결점을 억지로 감추거나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촌스러움과 투박함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관객을 더 가까이 끌어당깁니다. 정제된 명작이라기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유쾌함과 엉성함이 살아 있는 영화. 그래서 치외법권은 더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영화 속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정의감입니다. 현실과는 살짝 동떨어져 보이는 이상한 도시, 기묘한 사건들 사이에서 이들은 무언가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들만의 가치관이 묘하게 설득력을 갖죠. 어떤 의미에서는 그 허술한 설정들이 오히려 더 인간적인 진정성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두 형사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면서, 이 영화의 본질이 단순한 액션 코미디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둘 사이에 쌓여가는 신뢰, 말없이 주고받는 연대, 그리고 끝내 밝혀지는 그들만의 ‘법 밖의 정의’가 등장할 때, 저는 의외로 마음이 찡해졌어요. 액션보다도, 웃음보다도, 두 사람의 불완전한 우정과 고단한 현실을 함께 견디는 모습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 맴도는 건 화려한 액션 시퀀스가 아니라, 인물들의 서툰 정의감과 인간적인 결핍이었습니다. 이들은 완벽한 히어로가 아니에요. 실수하고, 엉성하고, 말도 안 되게 행동하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우고, 포기하지 않고, 끝내 버티고 이겨냅니다. 그런 인물들을 보고 있자니, 무더운 여름밤의 무기력도 어느새 조금은 누그러지더라고요.

치외법권은 부족하지만, 그만큼 솔직한 영화입니다. 기대를 걸고 보기보다는 그냥 툭 하고 틀었는데, 의외로 꽤 괜찮은 에너지를 주는 영화. 폭염 속 지쳐버린 마음에 터프한 액션과 가볍지만 따뜻한 웃음을 동시에 안겨주는, 그런 오락용 버디 무비입니다. 때로는 이렇게 허술하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영화 한 편이 훨씬 더 위로가 되기도 하잖아요. 더위가 짜증으로 번지기 전에, 이 영화 한 편으로 시원하게 밀어내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