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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퐁당 러브 (시간 여행, 로맨스, 단막극)

by richm300 2025. 5. 30.

2015년 방영된 단막극 [퐁당퐁당 러브]는 시간여행이라는 익숙한 설정에 발랄한 감성과 절절한 로맨스를 녹여내며, 짧은 분량 안에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입니다. 지금 다시 꺼내봐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이 드라마를 이야기해 봅니다.

목          차

                                                         1.  시간여행이라는 상상, 현실이 되다

                                                         2.  로맨스, 그 풋풋하고도 아련한 감정선

                                                         3.  단막극의 매력, 완벽하게 증명되다

[퐁당퐁당 러브]드라마 한장면

1.  시간여행이라는 상상, 현실이 되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겁니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시대에서 살아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퐁당퐁당 러브’는 바로 그 상상을 귀엽고도 엉뚱하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고등학생 단비는 수능을 망치고 도망치듯 나간 날,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지는 소나기에 젖으며 조선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말도 안 되게 느껴지지만, 화면이 흡입력 있게 흘러가서 의심보다는 호기심이 더 앞서게 됩니다. 시간여행물이라 하면 대개 서사 구조가 복잡하거나 진지한 분위기를 띠기 쉬운데요,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상큼하고 경쾌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세종에게 ‘한글’을 미리 알려주려는 장면이라든지, 조선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단비의 현대식 사고방식이 엉뚱하게 충돌하며 빚는 상황들은 피식 웃게 만들면서도 뭔가 이상하게 뭉클합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어요. 현실과 비현실, 진지함과 유쾌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부풀게 만듭니다. 이 작품을 보다 보면, 타임슬립이라는 설정이 단순히 판타지적 장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지금과 다른 삶을 상상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투영된 것이죠. 단비는 조선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을 통해 세종과의 소통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의외로 진지한 질문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 시대의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2.  로맨스, 그 풋풋하고도 아련한 감정선

타임슬립이 흥미를 유도하는 장치라면, 이 드라마의 진짜 중심은 역시 ‘로맨스’입니다. 시대도, 언어도, 사고방식도 다른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결국 서로에게 마음을 주는 이야기. 단막극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이 감정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퐁당퐁당 러브]는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왕이자 학자인 이도는, 시대적 한계 속에서 규범을 지키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단비를 만나며 점차 ‘틀을 벗어나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아가죠. 단비는 한 번도 궁궐과 같은 폐쇄된 공간에 살아본 적이 없는 인물입니다. 자유롭고, 즉흥적이며, 사랑 앞에 솔직한 사람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처음에는 부딪히다가도, 서서히 이해하고, 결국에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은 무척 자연스럽고도 따뜻하게 그려집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바로 ‘이별’입니다. 어쩌면 시간여행물의 결말은 예측 가능하죠. 결국 돌아가야 하고, 남겨져야 하는 이야기.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이별을 ‘아픔’보다는 ‘성장’으로 보여줍니다. 단비는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조선시대는 그대로 흘러가지만, 그 시간 속에서 둘은 서로에게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그 감정이 화면을 뚫고 전해질 정도로 진하고, 슬프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해요. 시청자가 눈물을 흘리게 되는 건, 아마 그 공감의 깊이 때문일 겁니다.

3.  단막극의 매력, 완벽하게 증명되다

‘단막극’이라고 하면 ‘짧아서 아쉽다’는 인식이 강하죠.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짧음이 단점이 아니라 ‘농축된 서사’로서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퐁당퐁당 러브는 70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인물 설정, 사건 전개, 감정의 고조, 클라이맥스, 그리고 여운까지 모두 담아냅니다. 정말 ‘하나도 버릴 게 없는’ 구성이라 말하고 싶어요. 또한 이 작품이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케미입니다. 연출은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 부드럽고 따뜻하며, 이종석과 김슬기의 연기는 각각의 캐릭터를 완벽히 체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슬기의 활기찬 표정 연기와 자연스러운 말투는 단비라는 캐릭터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죠. 이 작품이 발표된 이후, 단막극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폭발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증거일 겁니다.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갖는 콘텐츠, 누군가의 인생작으로 남아 있을 만큼의 깊이와 감성을 담은 작품. ‘퐁당퐁당 러브’는 단막극의 매력을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이자, 이후 단막극 제작에 있어 참고자료로 쓰일 만큼 의미 있는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여행, 로맨스, 단막극. 각각 흔한 소재일 수 있지만, ‘퐁당퐁당 러브’는 이 세 가지를 감각적으로 엮어내며 한 편의 작은 명작을 만들어냈습니다. 짧지만 강하게, 귀엽지만 깊게. 지금이라도 다시 보기 참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