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비튼 풍자 전쟁 코미디
"황산벌(2003)" – 웃음으로 되새기는 삼국 통일 전쟁
1. 영화 개요와 줄거리
제목: 황산벌
감독: 이준익
각본: 김현희, 이준익 장르: 사극, 코미디, 풍자
개봉일: 2003년 9월 19일
상영시간: 107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출연: 박중훈(계백), 정진영(김유신), 이문식(거시기), 류승룡(성충), 이원종, 손현주 외
‘황산벌’은 신라와 백제가 치열하게 충돌했던 황산벌 전투를 바탕으로, 실제 역사적 사실에 풍자와 코미디를 덧입힌 작품이다. 단순한 전쟁 재현이 아닌, 시대를 빌려 현시대를 꼬집고 조롱하는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서기 660년, 신라는 백제를 멸망시키기 위한 마지막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김춘추는 신라 군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하에 당나라와 손을 잡고, 대규모 연합군을 조직한다. 그 중심에는 무장 ‘김유신’(정진영)이 있다. 김유신은 이 연합군을 이끌고 백제의 요충지 황산벌로 진격해 들어간다.
백제의 수도 사비성까지 뚫리면 백제의 운명은 끝이다. 백제는 마지막 희망으로 ‘계백 장군’(박중훈)을 호출한다. 계백은 가족을 스스로 죽이고 전장으로 나서며, 목숨을 건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그의 곁에는 충직한 백제군과 하급 병사 ‘거시기’(이문식)가 함께한다.
한편, 신라 군은 숫적으로 우세했지만 전투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이 대다수였다. 그들은 ‘진골’과 ‘성골’의 계급 차이로 내부 분열도 있다. 특히 김유신은 무사로서의 명성과는 별개로, 웃기고 허술한 일면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두 군대가 황산벌에서 마주하면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다. 하지만 영화는 이 전투를 피 튀기는 살육전이 아니라, 전장에서 벌어지는 언어 충돌, 문화 차이, 계급 갈등등의 요소로 풀어낸다. 백제의 ‘계백’과 신라의 ‘김유신’은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운명을 공유한다.
마지막 전투는 결국 신라의 승리로 끝나지만, 계백의 충의와 백제 군의 마지막 불꽃은 오히려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영화는 그렇게 웃음 뒤에 깊은 슬픔과 허망함을 남긴다.
2. ️주요 등장인물과 캐릭터
▶ 계백(박중훈)
백제 최후의 명장. 강인한 전사이자 깊은 충의심을 지닌 장군. 가족을 죽이고 황산벌로 향한 그의 결기는 슬프면서도 감동적이다. 전쟁 속에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 김유신(정진영)
신라의 대장군. 무뚝뚝하고 고지식하지만 코믹한 허술함도 지닌 캐릭터. ‘성골-진골’ 문화에 대한 풍자와, 정치적 고민이 엿보인다. 역사적 위인도 이렇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인물.
▶ 거시기(이문식)
백제군 하급 병사이자 영화 속 웃음을 담당하는 핵심 인물. 사투리와 백제군의 생활상, 인간적인 모습들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관객의 몰입을 돕는 핵심 인물.
▶ 성충(류승룡)
계백의 오른팔. 충직하고 치밀한 전략가이자, 백제의 운명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인물. 강한 눈빛과 중후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3. 영화의 웃음 코드와 메세지
영화 [황산벌]의 가장 큰 매력은 ‘웃음’이다. 사극 영화라고 해서 진중하고 무겁기만 한 줄 알았다면 오산.
이 작품은 사투리, 군대식 생활 풍자, 정치 풍자 등 다양한 층위의 유머를 가득 담고 있다.
사투리의 향연 : 백제군은 전라도 사투리, 신라군은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해 관객에게 자연스럽고 실감 나는 웃음을 준다. 특히 ‘거시기’의 사투리는 레전드급이다.
군대 문화의 풍자 : 신라군은 전투보다는 진급, 명예, 권력 다툼에 더 관심이 많은 모습을 보이며, 전쟁터조차 정치판이라는 걸 꼬집는다.
지방차별과 계급 갈등: ‘성골’과 ‘진골’의 차별, ‘백제는 촌놈들’이라는 인식 등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을 역사극에 녹여냈다.
이 모든 웃음은 억지스럽지 않고, 오히려 현실을 떠올리게 하며 깊은 공감을 이끈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상징성
‘황산벌’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깊은 주제를 품고 있다.
민족 내부의 분열: 삼국 통일은 곧 형제의 전쟁이었다. 우리끼리의 싸움이라는 비극은 오늘날 정치적 갈등, 지역 감정과 닮았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 백제는 사라졌지만, 계백의 의로움은 이 영화에서 다시 살아난다. 역사에 묻힌 목소리를 되살리는 작품.
풍자는 가장 강력한 무기: 코미디의 형식을 빌려, 권력자와 구조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간다. 웃고 있지만 씁쓸하다.
4. 평론
– 웃음으로 다시 쓴 슬픈 역사
[황산벌]은 전쟁을 다룬 영화지만, 피가 아닌 웃음과 사람을 이야기한다. 박중훈과 정진영의 진중한 연기, 이문식의 생활밀착형 유머, 그리고 이준익 감독의 뛰어난 스토리텔링이 만나, 사극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계백’은 죽었지만, 그의 의로움은 관객의 마음에 살아남는다. ‘김유신’은 승리했지만, 그의 표정엔 씁쓸함이 남는다. 이처럼 이 영화는 역사의 양면성과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을, 코미디라는 날카로운 도구로 품어냈다.
- 한줄평 -
웃다가 울게 되는 사극 코미디의 교과서다.
풍자와 코미디로 다시 쓴 계백의 최후!
웃음 뒤에 숨은 민족의 비극을 꺼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