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참 번거롭고 따뜻한 존재다”
가족이란 말은 늘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함께 자라난 형제라도, 함께 살아온 시간보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다면 그 낯섦은 더 깊어진다. 서로가 가진 상처와 오해, 그 속에 숨겨진 진심까지, 가족은 이해보다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다. 2016년 개봉작 [형]은 그 미묘한 감정을 유쾌하고도 따뜻하게 그려낸 가족 드라마이자,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터지는 감정 가족 애 드라마이다.
1. 마주한 두 형제
1) 잃어버린 시간, 다시 마주한 두 형제
사고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된 국가대표 유도 선수 ‘고두영’(도경수). 시합 중 눈을 다쳐 앞이 캄캄해졌고, 선수 생명은 물론 평범한 일상조차 잃었다. 가족이라곤 연락 끊은 채 살아온 형 ‘고두식’(조정석)뿐이다. 그러나 두식은 사기로 복역 중인 전과자. 두영은 어쩔 수 없이 형의 가석방을 요청하게 되고, 그렇게 둘은 15년 만에 다시 한 지붕 아래 살게 된다.
처음부터 삐걱댄다. 전혀 반갑지 않은 재회. 동생은 자기 앞에서 태연히 TV 보며 맥주 마시는 형이 미울 뿐이다. 형은 동생이 시비만 거는 게 불편하다. 게다가 두식은 출소하자마자 “동생 간호해주는 착한 형” 코스프레로 사회복지를 신청하고, 그 돈으로 다시 삶을 꿰맞추려 한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점점 변해간다. 두식은 말투는 거칠고, 마음은 무심한 듯 보이지만, 매일 끼니를 챙기고 병원을 함께 다닌다. 두영은 투덜거리면서도 형의 어설픈 요리를 먹고, 다시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냉랭하던 형제가 티격태격, 웃고 싸우고 울고 화해하며 조금씩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2) 유쾌한 외피, 깊은 속살
‘형’이라는 영화는 전형적인 형제 재회 플롯으로 출발하지만, 진부 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가 진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눈물을 강요하지 않고, 억지로 화해하지 않는다. 둘의 갈등은 충분히 현실적이고, 화해도 과정이 있다. 그 과정이 관객에겐 웃음이 되고, 또 울림이 된다.
특히 도경수는 이 영화에서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완전히 증명했다. 아이돌 이미지가 아닌 진짜 배우로서의 가능성. 앞이 보이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과장된 감정 없이, 무력감과 분노, 체념과 성장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반면 조정석은 언제나처럼 유쾌하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빠른 대사처리, 그 안에 숨겨진 진심까지 더해져 ‘정말 있을 법한 형’이라는 캐릭터를 완성 시켰다.
3) 상처 위에 핀 형제애
이 영화에서 가장 찡한 지점은, 형제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시점이다. 두식은 동생을 위해 노력하고, 두영은 형을 원망하면서도 점점 이해한다. 결국 영화는 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족은 함께 버티는 거다.”
감정이 고조되는 후반부, 병원 복도에서 두식이 감정 폭발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어떻게 형이 되냐고! 나도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고!”라며 절규하는 그의 목소리에, 그간 억눌렸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그 장면은 조정석의 연기 내공이 극에 달한 순간이기도 하다.
동생은 형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하고, 형은 동생을 통해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서로의 상처가 치유되어간다.
2. 가족영화
가족영화가 줄 수 있는 위로
가족을 다룬 영화는 늘 관객에게 묘한 감정을 안긴다. [형] 역시 그렇다. 이 영화는 화려한 서사 없이도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그 이유는, 우리가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형제 간의 갈등, 무심한 말투 속에 숨겨진 애정, 뒤늦게 드러나는 미안함과 그리움. 영화는 그것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우리는 두영이 형에게 느끼는 분노 속에서 자신을 보고, 두식이 동생을 위해 내뱉는 우스운 말 속에서 우리 아버지, 오빠, 형의 모습을 떠올린다. 멀리 돌아서야 겨우 마주보게 되는 가족 사이의 진심은,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를 통해 전달된다. 위로는 거창한 메시지에서 오는 게 아니다. “형이니까, 동생이니까”라는 말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날들이 있다. [형]은 바로 그런 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다. 서툴지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영화, 그래서 더 오래 가슴에 남는 영화다.
3. 관람평
1)평론
[형]은 웃음을 주는 영화이지만, 웃고 나면 괜히 울컥해진다. 형제가 함께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에서도, 싸우며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도 우리는 내 가족을 떠올린다. 어쩌면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단 하나일지도 모른다. “가족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사실.
조정석과 도경수, 두 배우의 조화도 훌륭하다. 현실적인 연기 톤, 감정의 완급 조절, 그리고 케미. 덕분에 형제의 앙금도, 화해도 모두 진짜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그 둘을 응원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 형과 동생이 나란히 앉아 있는 그 풍경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말은 없지만, 그 속에 모든 감정이 담겨 있다. 따뜻하고, 조금 쓸쓸하며, 그래서 더 아름답다.
2) 추천 포인트
형제·자매와 함께 보면 오해가 풀릴지도 모른다
웃으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느끼고 싶은 날
도경수의 진중한 연기와 조정석의 능청스러움을 모두 보고 싶은 관객에게
3) 명대사
“형이잖아, 한 번쯤은 나 믿어줄 수 없냐?”
“형은 말이야… 나쁜 놈이긴 해도, 나쁜 형은 아니야.”
“어떻게 형이 되냐고… 나도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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